:: 닥터보청기 ::

주말 저녁 인기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노인들의 눈길을 끄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황혼기의 연애 감정을 무리없이 연기하는 탤런트 이순재씨가 보청기를 착용하는 모습이다.

과연 보청기를 착용하면 드라마에서 보듯 일상생활을 하는데 무리가 없게 되는 것일까. 난청 전문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자신의 청력과 생활환경 수준에 맞는 보청기를 고르고, 일정 기간 사후 관리를 잘 받은 이들만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보청기는 돋보기와 달리 착용 후 별도의 청각 재활훈련 과정을 거쳐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박철원 교수는 최근 한양대 HIT빌딩 6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08 서울청각센터 국제 보청기 심포지엄'에서 인사말을 통해 "우리나라 보청기 착용 인구는 7만여 명인데 이 중 40% 가량이 고가의 보청기를 사고도 실제 착용에 실패하고 있으며, 55%는 구매 후 사후 관리를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조사돼 있다"고 말했다.

잡음이 있는 곳에서도 똑똑히 소리를 전달하는 '어음 명료도'를 개선하는 한편 보청기의 효과적인 사후 관리 방안을 찾는 쪽으로 최근 보청 기술이 진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보청기는 단순히 소리를 증폭시켜주기만 하는 아날로그 방식과 청력 손실 정도에 따라 필요한 만큼만 주파수별로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디지털 방식이 있다. 그러나 필요없는 소리까지 키워 소음이 많은 아날로그 방식에서 시끄러운 주변 환경에서도 말소리를 또렷하게 구별해 들을 수 있는 디지털 방식으로 급속히 바뀌는 추세다.

보청기 모양도 귀걸이형을 거쳐 귓속에 넣는 고막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고막형은 보청기를 이식하듯 귓속에 집어넣어 감쪽같이 감추는 방식이다. 이밖에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청소년 난청 환자들을 위해 MP3 장착형 보청기도 나와 있다.

물론 소리를 잘 못듣게 됐다고 무조건 보청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서울청각센터 김성근 이비인후과 원장은 "정확한 청력 검사 없이 함부로 보청기를 선택할 경우 약물 치료 또는 수술로 청력을 되살리는 기회를 놓치게 될 뿐 아니라, 잘못된 사후관리로 그나마 남아있던 청력까지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윗 글은 국민일보 기사에서 발췌함>